주택담보 대출상품 판 은행은 책임없나
   조남희 2012-08-13 5114
  




주택담보 대출상품 판 은행은 책임없나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현재 국내 가계 부채 1100조원 가운데 주택담보 대출이 400조원 정도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 대출의 10% 이상인 44조원이 담보비율(LTV)을 초과한 대출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담보 가치가 하락한 대출이나 만기가 돌아온 대출 중 현재의 담보 평가 기준으로 부족한 금액에 대해 상환이나 추가 담보 제공을 요구하거나 법적 담보권 행사 등을 통해 채무자를 압박하고 있다. 다른 재산이나 급여 압류 등 대출자들의 생존과 안정을 위협하는 단계로까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그동안 은행들의 대출은 어떠했나? 은행들은 담보 대출이나 아파트 분양 대출 시 대출자의 능력이나 직장, 급여,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부동산의 평가가격, 분양가격, 기대가격이나 시행·시공사의 연대보증을 믿고 대출해줬던 것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경제 변동에 의한 담보 가치의 하락에 대해 대출자에게 무조건,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채무자는 담보 가치의 감소 등의 사유로 은행의 채권 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은행의 청구에 의하여 곧 은행이 인정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대출거래 약관을 내세워 온갖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담보물이 화재가 나서 없어진 것도 아니고 오로지 경제 상황 변화로 인한 담보 가치의 하락에 대해 전적으로 약자인 대출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굳이 외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대출자에게 과도하게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대출자의 탐욕"이라면서 은행들의 조치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 은행들의 탐욕이 없었을까? 대출자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은행들 스스로 전문적인 판단에 기초해 담보 기준에 따라 제시한 대출상품을 팔아 놓고는 마치 대출자가 탐욕을 부려 부실을 초래한 양 주장을 펴는 것도 결코 옳다고만 볼 수 없다.

최근의 담보·집단대출 문제는 서민들에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정치적 문제로 확산될 조짐까지 있다. 금융기관과 당국, 국회, 소비자가 해결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담보 부족, 이자 연체, 계약 해지 등과 같은 문제는 단계적 조치를 통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 제시와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출처 : 조선일보 칼럼